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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창업가가 들려주는 ‘진짜’ 스타트업 이야기: 웰트 강성지 대표의 창업 인사이트

저희 스필오버 모임에는 ‘어드바이저 제도’가 있는데요, 모임 내 예비창업자 및 초기창업자 분들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을만한 연쇄창업가, 선배창업자, 각 분야의 스타트업 전문가 분들이 계십니다. 웰트(WELT)의 강성지 대표님께서는 스필오버의 어드바이저 중 한 분으로, 2024년 Series C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셨습니다. 2024년에 진행되었던 강성지 대표님의 세미나에서는 정말 미래 비전이 넘치는 멋진 창업자의 모습을 본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실까요?

의사로서의 창업 도전과 삼성전자 사내벤처

민사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신 강성지 대표님은 보건복지부 공중보건의를 거쳐 첫 창업에 도전했지만 2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죠. 하지만 이 실패는 오히려 더 큰 도약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한 후, 사내 벤처 C-lab의 아이디어 공모에서 스마트벨트로 1등을 차지한 겁니다. 회사 규정상 CES 출품이 불가능했지만 사비로라도 출품하겠다는 열정을 보이셨고, 결국은 회사의 지원으로 CES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대표님께선 이전 창업 실패 경험 덕분에 스핀오프라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고 합니다. 결국 삼성전자로부터 5억 원의 투자를 받고 스핀오프를 결정했죠.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기까지

초기 MVP는 샤오미 미밴드를 깨서 그것을 벨트 형태로 만든 것이었다고 합니다. (ㅎㅎ)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면서 대표님께서 느끼신 점은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없어진 후의 사업은 쉽지 않구나 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대표님께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여러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를 시도했고, 결국 듀퐁과의 협업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대표님께선 “왜 창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진심으로 답하지 못하면 반드시 흔들린다고 강조했습니다. 벨트 사업이 성공하고 다음 제품을 준비하면서 회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는데, “우리가 정말 패션 회사인가?”라는 고민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회사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잘 될 때 정신 차리는, Why가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겉으로는 벨트를 팔고 PR을 하면서, 뒤에서는 꾸준히 임상시험을 진행했다고 해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발견을 했는데, 2-3개월이나 가는 배터리 수명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용자들은 기기를 거의 충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타겟 유저를 잘못 설정했다는 깨달음을 얻으셨던 거죠.

디지털 치료제 회사로의 변신

이후 웰트는 하드웨어보다는 앱을 먼저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진짜 잘하는 것’을 고객에게 먼저 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셨던 거죠. 해외에서는 이미 식약처 인증을 받은 처방 앱 사례가 있었고, 웰트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제약회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임상시험을 진행하니 제약회사와 같은 밸류에이션이 가능해졌죠. 이게 바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고, 우리의 목표와도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Visionary한 창업가의 정석

강성지 대표님은 수십 년 후의 계획과 그 때의 가치, 그리고 거기까지 가는 현실적인 계획을 모두 가지고 있으셨습니다. ‘모든 생체 데이터를 모아서 3시간 뒤의 심근경색을 예측하는 것’이라는 명확한 미래상이 있었기에, M&A도 자신 있게 추진할 수 있으셨죠. 실제로 미국의 한 폐업 회사의 자산을 인수하며 미래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여갔습니다.

“제약회사들이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에 들어올 겁니다. 그 다음은 네이버, 카카오, 애플 같은 빅테크가 들어오겠죠. 하지만 우리가 미래를 먼저 만들었기 때문에 수 싸움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표님의 경쟁사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대표님께서는 일론 머스크에게 많은 영감을 받으셨다고 해요. 수소차가 미래의 차 형태일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던 시절에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관련 특허를 시장에 풀어버림으로써 일본, 중국에서 전기차를 많이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즉 일부러 시장의 파이를 키울 목적으로 경쟁자들을 만들어 더 큰 판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경쟁자를 도와주고 있어요. 1호를 앞에 세워주고 우리가 2호가 되어 뒤에서 받쳐주면서 가면 됩니다. 이제 제약회사들이 디지털 치료기기 회사를 만들기 시작했죠.”

주요 Q&A

Q. 비전의 중요성을 많이 언급하셨는데, 최근 시리즈 C를 진행하면서 비전보다 지표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을 많이 만나셨을 것 같습니다.

A. “투자 유치는 늘 같은 스타일로 진행했습니다. 다만 후반 투자로 갈수록 신뢰의 형태가 바뀌죠. 그동안 꾸준히 비전과 지표를 모두 이야기하면서 왔습니다. 이번 펀딩에는 ‘법을 바꾸고, 임상을 할 것’이라는 계획에 많은 챌린지들이 있었어요. 결국 이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신뢰를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거짓말하는 게 싫어서 공격적인 약속은 하지 않아요. 대신 세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합니다. best, moderate, worst 시나리오요. 밸류를 올리기 위해 시리즈 C를 받았지만, 베스트로 가면 그건 미래의 나에게 부채를 넘기는 거나 다름없죠.”

Q. 유사한 사업모델의 미국 회사가 파산했는데, 한국에서는 왜 성공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A. “미국 회사 실사하는 데 변호사 비용만 1억 원 들였어요. 하지만 그들이 우리 대신 망해준 거죠. 엄청난 배움의 기회였습니다. 주주들에게도 재무적 설계 미스 등 실패 원인을 상세히 분석해 설명했죠. 이건 회사 하나의 불행이지 업계 전체의 펀더멘탈이 무너진 게 아니에요. 오히려 바겐세일의 기회였죠. short-term prediction에 특화된 질환 관련 자산을 6천만 원에 싸게 인수할 수 있었으니까요.”

Q. 흔들리지 않는 비전을 세우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A. “미래에 대한 확신이 중요해요. 제가 SF를 좋아하는 이유죠. 결국은 밥그릇 싸움인데, 헌 밥그릇을 새 밥그릇으로 바꾸는 과정이에요. 너무 좋은 미래라도 아무도 돈을 안 내면 망하죠. 내가 생각하는 미래의 경제적 임팩트를 고민해야 해요. 투자 단계가 올라갈수록 함수는 심플해져요. 처음엔 10차 함수처럼 복잡하지만, 미래로 갈수록 변수가 하나씩 줄어들며 상수로 바뀌죠. 대표의 역할은 이 변수들을 상수로 바꾸는 거예요. 예를 들어 복지부가 변수라면, 미리 가서 그들이 그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는 거죠.”

의사에서 창업가로, 다시 하드웨어 스타트업에서 디지털 제약회사로. 웰트의 강성지 대표님께서 보여준 변화와 혁신의 여정은 한국의 많은 창업가들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왜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명확한 미래 비전을 그리며, 때로는 경쟁자와 협력할 줄 아는 유연한 사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창업가 정신이 아닐까요?

스필오버는 앞으로도 이런 귀중한 창업 인사이트를 회원들과 함께 나누며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예비 창업자, 기창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